자라(ZARA)의 시즌 세일이 어제 밤부터 시작됐다. 패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1년에 두 번뿐인 이 시기는 일종의 ‘축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세일을 기다릴수록, 그리고 세일을 통해 옷을 더 사들일수록 “정작 입을 옷이 없다”는 역설적인 불만도 커진다. 이유는 명확하다. 옷이 많아지면 수납이 무너지면서 옷장의 가시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미 가진 옷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또다시 구매 버튼을 누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첫 단계가 ‘줄이기’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파리지앵들의 ‘작은 옷장’이 세련된 이유 역시, 수량이 아닌 조합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옷의 총량이 줄어들면 한눈에 훑을 수 있고, 계절별 로테이션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같은 아이템이라도 새로운 조합을 떠올리기 쉬워 코디네이션의 폭이 넓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정리’다. 옷장의 가장 앞줄과 눈높이 선반은 ‘매일 옷’ 전용 공간으로 비우고, 칼같이 개어서 세로로 세워 수납하면 색·소재·길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세탁 후에는 계절별 의류를 클리닝해 진공 보관하고, 다음 시즌에 꺼낼 때는 손길 한 번으로 착용 가능하도록 준비한다. 이렇게 리듬을 만들면 “있었던 것 같은데 없다”는 경험이 줄고, ‘쨍한 한 벌’을 충동구매할 필요도 사라진다.
무엇보다 “적을수록 풍요롭다”는 사실을 체감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옷을 고를 때마다 느꼈던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옷장 속 숨은 명품들이 다시 빛을 발한다. 자라 세일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담기 전에, 먼저 옷장의 숨통을 틔워 보자. 줄이고, 정리하고, 비워둔 공간만큼 나에게 필요한 ‘진짜 옷’이 보일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https://geographersong.jp/abo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