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역 앞에 있는 쇼핑몰에 들렀다가 독특한 현장을 목격했다. 바로 ‘아기 기어가기 대회(베이비 크롤링 레이스)’ 준비가 한창이었던 것이다. 아직 레이스가 시작된 건 아니었지만, 쇼핑몰 직원들이 트랙을 깔고 장식물을 세팅하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귀여운 행사가 펼쳐질지 기대감이 솟았다. 일본에서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지역마다 아기와 부모가 교류할 수 있는 놀이·행사 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돌봄 서비스를 구축하며, 지역사회가 함께 육아 부담을 나누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쇼핑몰 한편에서 아기를 위한 이벤트가 열리고, 부모와 아기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참 부러움을 자아낸다. 자연스레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떠올랐다. 흔히 “일본에도 아이가 넘쳐나진 않는다”고 하지만, 한국은 더 심각하게 출산율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0년간 일본과 한국의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를 간단히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다. 일본 역시 2014년 합계출산율 1.42에서 1.15로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1.21에서 0.75로 대만을 제치고 세계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가파르게 줄어드는 출생아 수를 보노라면, 잠깐의 출산장려금이나 육아수당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움이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다행히도 작년부터 합계출산율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말도 안되게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일까? 많은 부모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과 가사도우미 서비스”라고 말한다. 양가 부모의 지원 없이 맞벌이로 자녀를 키우는 건 생각보다 훨씬 버겁다. 저녁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곤란을 겪거나, 커리어를 포기하고 온종일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해야 하는 경우 출산을 망설이게 된다. 일본에서는 지자체가 나서서 가정 방문 돌봄 서비스를 체계화하고, 시민들이 자원봉사 등록을 거쳐 육아를 함께 도와주는 식의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취미 삼아, 혹은 소액의 보수를 받으며 아이 돌봄에 기여하는 것을 ‘즐거움’이자 ‘봉사’로 여기는 어르신과 주부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덕분에 “아이 낳아도 어떻게든 길이 있다”는 믿음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결국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가 ‘손해’라는 의식이 아닌, ‘함께할 때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저출산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어디서든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보육 환경, 부담을 줄여주는 가사 지원, 그리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지자체와 지역공동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쇼핑몰에서 막이 오르기 전이지만 준비 현장만 봐도 흐뭇했던 ‘아기 기어가기 대회’가 한국에서도 흔한 주말 풍경이 될 수 있을까. 그 풍경을 보며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정말 잘했다”라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라면, 출산율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부모와 아이 모두가 반짝이는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만들어가길 소망해본다. 송원서 (Ph.D.)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