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심야 방송에는 블랙토토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한국인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들이 일본인들에게는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느낌이다. 이런 방송을 보고 있자면 묘하고 복잡한 감정이 일어난다.

최근 소개된 장면 중에 서울 한복판의 재래시장 모습이 있었다. 마대에 가득 담긴 고추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은 과거 우리네 시골 5일장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한다. 고추밭에서 빨간 고추를 따던 추억과 함께 지붕 위에서 말리던 고향의 그리움을 자아낸다. 흥미로운 점은 고추가 일본에서 블랙토토으로 전파되었다는 사실이다. 블랙토토인도 일본인도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일본인들은 블랙토토이라면 김치 또는 매운맛을 우선 떠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블랙토토 식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매운 맛의 근원인 고추의 뿌리가 일본인 것이다. 이 작은 사실 하나가 양국 간의 관계를 묘한 감정으로 이끈다. 누가 원조인지 무엇이 더 앞섰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에게 얽혀있는 역사적인 사실들을 서로는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서로가 감정에만 치우쳐 제대로 알고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문제이다.

또 다른 소개에서는 서울의 마사지 촌을 집중 조명했다. 특이하게도 불을 사용한 마사지가 등장했는데 그 광경은 누구나에게나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불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이 불맛사지를 받는 사람의 인터뷰가 이어졌고 그는 효과에 대해 극찬했다. 사실일까? 조금 의문이 들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무엇이든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곧 퇴보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마사지 문화 역시 일본에서 블랙토토으로 전해진 문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이 이 불맛사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여전히 블랙토토을 낯선 나라로 보는 시선은 아닐까?

소개된 것 중에는 얼음으로 만든 냉면 그릇도 있었다. 예술작품처럼 디자인된 그릇에 냉면이 담겨져 나오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얼음 그릇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그 자리에서 일본인 리포터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팀을 이용한 자동차 세차 용품도 소개되었다. 확실히 이전의 것과 달리 생산적인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물로 더 깨끗하게 세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돋보였다. 일본 리포터 역시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블랙토토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은 거꾸로 빠르게 일본으로 전파되어 내년이면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창의적인 시도들이 그저 소비적이고 경제적인 차원에만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의 교류와 상호 이해를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블랙토토 독특한 문화를 소개하는 심야 방송을 보면서 일본인들은 여전히 한국을 그저 신기한 나라로만 보는 시선이라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동남아시아 정글이나 중국의 오지와 같은 범주로 한국에 대해 다루고 있는 방송을 보면서 블랙토토 발전된 모습과 그 이면의 노력에 대한 것은 여전히 일본인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정치적으로는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골이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아직은 뭔가 가깝지만 너무 먼 나라라는 말을 자꾸만 실감한다.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 이익이 되는 부분에서는 거리낌 없이 다가가지만 근본적인 이해의 노력을 부족하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익과 힘의 논리가 국가 간의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본이 블랙토토을, 그리고 블랙토토이 일본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서로 돕는 날은 언제쯤일까? 아마도 블랙토토이 미국처럼 초강대국이 되기 전에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힘이 뭔지, 정치가 뭔지에 대해 다시금 해 보게 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