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본에서 열린 KARA의 콘서트는, 그야말로 나에게는 한 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무대였다. 사실 나는 KARA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들의 전성기였던 시절, 나는 아이 키우고 생계를 꾸리는 데 바빠 텔레비전은커녕 유튜브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KARA에 대한 추억도, 애틋함도 크게 없었다. 그저 우연한 기회로 간 자리였고, 그렇게 아무런 기대 없이 마주한 무대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가장 놀랐던 건, 카라가 얼마나 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점이다. 하나둘 나오는 곡들마다, 일본 팬들의 씩씩한 응원법이 터져 나왔다. 놀라운 건 그들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팬덤이라는 것이다. 멤버들의 나이는 모두 30대를 넘겼고, 팬들도 그만큼 세월을 함께 살아온 이들이었다. 눈에 띄게 많았던 중년의 남성 팬들은 차분했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다. 팬덤이란 말로는 부족한 ‘동행자’들이었다.
KARA 멤버들 가운데 유독 인상 깊었던 멤버가 있었다. 강지영. 유창한 일본어로 관객과 소통하던 그녀는, 2014년부터 일본에서 배우로 전향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그녀는 단순한 ‘아이돌 출신’ 이상의 존재였다.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연기와 음악 두 영역을 넘나들며 성장해온 모습은 일본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진짜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감동을 받은 장면은,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문구 하나 없었음에도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 누구도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 관객들은 그저 조용히, 그러나 진심 어린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함성보다도 깊은 존중과 예의, 그것은 이 공연이 단지 과거의 향수로 꾸며진 재결합 콘서트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진정한 무대로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물론 KARA의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멤버 구하라의 비극적인 사망은 한국 연예계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실의 시간을 감당하며 다시 무대에 선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시 무대를 택했고, 팬들도 그 선택을 품에 안았다.
KARA는 단지 ‘2세대 걸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세월을 견디고, 또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용기를 증명해 보인 주인공들이다. 나도, 나와 함께 간 일본 친구도 이 무대에서 깊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아이돌을 떠난다고들 하지만, 오늘 그 공연장은 오히려 나이 든 팬들의 헌신이 빛나는 현장이었다.
10대 때 불렀던 노래를, 30대가 되어 다시 부른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오히려 세월을 관통한 예술적 도전이며, 서로의 인생을 공유해온 사람들 간의 ‘응답’이었다. 앞으로도 카라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가며, 함께 나이 들어가는 팬들과 또 하나의 시간을 쌓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오늘, 카라의 무대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선 ‘삶의 장면’이었다. 앞으로도 그들의 앞길을 응원하고 싶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