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나는 국민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5월이 되면 학교에서는 대변 검사를 합니다. 당시 시골 아이들은 대부분 기생충이 있었습니다. 양분을 기생충에게 다 뺏기고 자신은 키도 안 크고 바짝 마른 체격에 배만 볼록한 아이들이 참 많았습니다. 기생충 중에 특히 회충이 많았는데 배 속에서 자기들끼리 엉켜 몸부림치는 바람에 복통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씀과 함께 어머니가 따뜻한 손길로 배를 문질러 주시면 신기하게도 아픈 배가 금방 사라지는 경험을 하곤 했었습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에는 기생충도 조용해지나 봅니다. 당시에는 텃밭에서 키운 배추와 무 등을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주로 인분을 거름으로 사용했기에 회충, 촌충 등의 기생충이 흔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벼룩, 이, 빈대, 십이장충, 디스토마 등의 해충들과 거의 함께 살다시피 했지만 구충제는 아주 귀했습니다. 개인 구충이 잘 되지 않았기에 국가에서 봄 가을로 학생들에게는 대변 검사를 통해 기생충 약을 제공하기도 하고 DDT를 모든 학생들의 몸에 뿌리기도 했으며 모기 방역을 위해 마을에 공동으로 연기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토토사이트 디오스 검사는 용의 검사와 함께 아이들이 싫어하는 행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선생님께서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를 나눠주시면 다음 날까지 가져가야 했습니다. 푸세식 화장실에서 토토사이트 디오스하기도 어려웠고 얇은 토토사이트 디오스 비닐은 자칫하면 터지기 일쑤였습니다. 밥알로 누런색의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에 비닐을 넣고 봉해 책보자기에 도시락과 함께 허리에 두르고 학교에 가다 보면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가 터져 가방 속을 더럽히기도 했습니다.
5학년의 어느 날, 나는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를 집에 두고 등교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교실 앞에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를 모으는 커다란 비닐 봉투가 걸려 있었고 아침부터 교실은 불쾌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호랑이 선생님은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를 안 가져온 학생들을 밖으로 몰아내며 어떻게든 토토사이트 디오스 봉투를 가져오라고 호령하셨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새로 받은 봉투에 개똥을 주워 넣고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보름쯤 지나면 대변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우리 반 38명 중 기생충이 없는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선생님은 대변 검사 결과에 따라 아이들에게 기생충 약을 직접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어떤 아이는 몇 알만 먹지만 어떤 아이는 한 웅큼의 약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과에 따라 약의 수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많은 약을 한꺼번에 삼키지 못해 토하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약이 배 속에서 들어가면 기생충이 난리를 치다 보니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목구멍으로 기생충이 기어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날의 숙제는 회충이 몇 마리 나왔는지 정확하게 세어서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내가 약을 받는 차례가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시더니 갑자기 몽둥이로 나를 때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맞던 중 선생님은 화난 목소리로 “야, 이놈아! 네가 개냐?”라고 하시며 검사 결과지를 내밀었습니다. 결과지에는 ‘광견병(공수병) 의심’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미친 개똥을 담아간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 죽을 정도로 맞고 걸상 들고 쓰러질 때까지 무릎을 꿇었습니다. 당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법이자 규칙이었고, 선생님은 교실의 왕이셨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이유불문하고 따라야 했고 누구도 감히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번 건은 전적으로 나의 잘못이었기에 더욱 할 말이 없었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힘든 벌을 받으면서 거짓말 하면 오래 가지 않아 결국 들통난다는 작은 진리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 참 동안 교내 봉사를 하면서 잘못을 뉘우쳤습니다. 힘겨운 체험을 통해서 나는 거짓말을 하면 결국 큰 일이 난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