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햇살 가득한 마당 한 켠의 헛간에서 암탉이 알을 낳고 지르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나에게는 배움의 시작이었습니다. 둥지에서 갓 낳은 달걀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졌던 따스함은 온기만이 아니라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갓 낳은 달걀을 생으로 즐겨 드셨습니다. 껍질에 작은 구멍을 내시고 쭉 빨아 드시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는 영웅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달걀을 드시지 않고 상자에 고이 모으기 시작하셨습니다. 그렇게 스무 개가 되자 아버지는 모아 둔 달걀을 암탉의 품속에 넣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십여 일이 지난 뒤 둥지 속에서 들려온 ‘삐악삐악’ 소리는 또 다른 경이로운 선물이었습니다. 병아리가 태어난 후 내게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병아리들을 지키는 일이었죠. 낮에는 솔개와 들고양이, 밤에는 족제비가 병아리들을 위협했습니다. 엄마 닭은 병아리들을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서 싸웠고 때로는 몸을 희생하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강하고 희생적인지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솔개가 병아리 한 마리를 채서 하늘로 날아가는 걸 보고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버지의 화난 목소리가 떠오르고 병아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무작정 산길을 달렸습니다. 순간, 멀리 보이는 솔개 주변으로 까치들이 몰려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까치들이 솔개를 공격하며 병아리를 구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알았지만 까치도 육식을 하는 새였습니다. 결국 병아리는 까치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른들은 까치가 인간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좋은 새라고 말하곤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까치가 곡식에는 피해를 주지 않고 해충들을 잡아 먹기에 보호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사마귀를 보호하기 위해 사마귀에게 물리면 몸에 사마귀가 난다고 하거나 느티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엄마가 다치게 된다는 이야기는 그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은연중 강조한 지혜라는 것을 어른이 된 뒤에야 알았습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그리고 자연이 가르쳐주는 생명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사셨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한 시골 생활의 추억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그 자체로 콜로세움 토토 교육이었습니다. 시골에서의 자연스러운 배움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자연의 법칙과 생명의 순환, 부모의 사랑, 책임감 그리고 공존의 지혜를 배운 그 시간들은 내 삶의 방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서 암탉과 병아리들을 돌보던 시간들은 단순히 동심의 한 장면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전해준 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편리함과 속도에 익숙해지며 자연의 목소리와 삶의 본질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어린 시절의 시골 생활은 내게 단순한 삶의 방법을 일깨워 준 콜로세움 토토 교과서였습니다. 오늘도 나는 그 시절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나아갑니다. 시골의 햇살과 따스한 온기가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꼬꼬댁! 꼬꼬…!
오늘도 어김없이 우리 집 암탉은 헛간 구석의 지푸라기 둥지 속에서 노란 알을 하나 힘겹게 내던지고는 자랑스러운 듯 울어댑니다. 나는 암탉이 둥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아직 따끈하게 온기가 남아있는 달걀을 집어 듭니다.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이 참 좋습니다. 평소 아버지는 금방 낳은 달걀을 날로 드시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늘 금방 낳은 달걀을 아버지께 가져다드리곤 했죠. 송곳니로 양쪽에 작은 구멍을 내시고는 쭉 빨아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내 눈에는 이순신 장군보다도 더 멋져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걀을 상자에 고이 담는 것이었습니다. 벌써 다섯 개나 모아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달걀들이 스무 개가 되자 암탉은 여전히 소리를 지르면서도 둥지에서 내려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모아 둔 달걀들을 모두 암탉의 품속에 넣어주셨습니다. 그날 이후 엄마 닭은 더 이상 알을 낳지 않고 이틀에 한 번씩 밖으로 나올 뿐 알들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이틀 스무 날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나자 둥지 속에서 ‘삐악! 삐악!’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노란 병아리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밀더니 이틀 사이에 모든 병아리들이 태어났습니다. 껍질을 깨느라 힘들어하는 병아리들을 위해서는 엄마 닭이 조심스럽게 껍질을 쪼아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노랗고 동그란 눈을 가진 병아리들은 신비롭기까지 했습니다. 달걀 속에서 콜로세움 토토 있는 병아리가 나오다니… 병아리가 태어난 후 나는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병아리들을 보호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병아리들을 잘 지키라고 하시며 작은 막대기와 돌멩이 몇 개를 손에 쥐여주셨습니다. 낮에는 솔개, 밤에는 삵과 족제비 그리고 들쥐까지 병아리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동물들입니다. 병아리들을 따라다니며 하루 종일 안전을 지키는 것이 내 임무였습니다.
엄마 닭은 병아리들을 위해 강한 모성애를 보여줍니다. 검은 그림자만 지나가도 솔개로 생각하고 혼비백산하며 병아리들을 불러 품안에 보호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몸을 던지는 마음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심심하면 장난을 치곤 했습니다. 돌멩이를 던져 솔개인양 엄마 닭을 놀라게 하곤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엄마 닭은 병아리들을 품속으로 불러들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지루할 때마다 몇 번씩 그렇게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진짜로 솔개가 나타날 줄 몰랐습니다. 아무 그림자도 없었는데 갑자기 엄마 닭이 소리를 지르며 병아리들을 품속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어디선가 솔개 한 마리가 땅으로 내리꽂히며 눈깜짝할 사이에 병아리 한 마리를 채갔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아버지의 불호령만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무작정 솔개를 따라 뛰기 시작했습니다. 뒷산 너머로 작아지는 솔개의 모습을 보며 멈추지 않고 달렸습니다. 땀으로 뒤범벅된 얼굴로 ‘좀 더 잘 보살필걸…’ 하면서 스스로 탓했습니다. 그 때, 멀리 보이는 솔개 주변으로 까치들이 모여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까치들은 솔개를 공격하며 병아리를 구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노련한 솔개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까치들을 따돌렸습니다. 까치들도 지지 않으려 숫자의 우위를 이용해 공격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솔개가 발에서 병아리를 떨어뜨린 것입니다. 까치들이 병아리를 채어 땅으로 내려오며 구해주는 것같이 보였습니다. ‘역시 까치는 좋은 새야!’ 나는 기쁨을 만끽하며 병아리가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 헤맸지만 발견한 것이라곤 노란 병아리 깃털뿐이었습니다. 훗날 까치가 육식을 하는 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병아리는 까치의 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까치가 괘씸했지만 인간에게 유익한 일을 많이 하는 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다시금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마귀에 물리면 사마귀가 난다, 느티나무에 올라가면 엄마가 죽는다는 등의 이야기로 인간들에게 유익한 자연을 보호하려던 조상들의 지혜를 어른이 되고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꾸지람이나 금지보다는 은연중에 스스로 지키게 한 조상들의 지혜는 내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시골에서의 삶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내가 삶을 배우고 터득한 보배같은 자산입니다. 오늘도 나는 그 시절의 냄새와 소리를 떠올리며 콜로세움 토토갑니다. ‘삐악삐악’ 병아리들의 울음소리, 멀리서도 드리던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고향의 정겹고 따스한 햇살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