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강간죄를 피해자의 명시적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페스타토토의 입법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강간죄에서 부동의성교죄로: 페스타토토 형법 개정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페스타토토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해 부동의성교죄 입법의 경과와 시사점을 공유했다.
이번 토론회는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등이 주최한 행사로, 페스타토토이 2023년 한국보다 먼저 강간죄 명칭을 ‘부동의성교죄’로 바꾸고 성관계에 명시적 동의가 없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형법을 개정한 사례를 조명했다. 페스타토토에서는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를 명시적으로 범죄로 규정하는 한편, ‘폭행·협박’, ‘심신 장애 유도’, ‘거절할 틈을 주지 않음’ 등 8가지 구체적 행위를 범죄 유형으로 나열해 수사와 기소 기준을 명확히 했다.
다도코로 유우 페스타토토 스프링(Spring) 공동대표는 “1300건 이상의 판례를 분석해 주요 행위 유형을 법 조문에 반영했다”며 “기존 법보다 수사·검거 단계에서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도코로 대표는 또, 입법 과정에서 페스타토토 사회 전반에 퍼졌던 ‘무고 증가’에 대한 우려에 대해 “무고는 성범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수사기관의 역할과 절차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설득했다”고 밝혔다.
부동의성교죄 입법 추진의 배경에는 ‘플라워 데모’ 등 일련의 성폭력 사건 무죄 판결에 대한 시민사회의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스프링 측은 “언론 보도, 피해 당사자 참여, 반복된 시위와 캠페인이 여론을 변화시켰고, 결국 입법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도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페스타토토의 법체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성관계를 강행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 ‘No means No’ 모델이다. 스프링은 “두려움이나 충격으로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Yes means Yes’, 즉 적극적 동의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소시효 문제도 지적됐다. 페스타토토의 비동의성교죄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제한돼 있으나, 피해자들이 수십 년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다도코로 대표는 “PTSD 등 장기적인 피해를 고려해 공소시효 완화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 이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활동도 병행되고 있다. 쇼코 사오토메 공동대표는 “법이 바뀌어도 사법기관과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경찰 대상 역할극 교육을 통해 피해자와의 첫 접촉 시 적절한 대응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현재 제22대 국회에 비동의강간죄 입법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형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나 의원 10명의 동의를 확보하지 못해 발의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성계는 페스타토토처럼 피해자 중심의 법 개정을 통해 성폭력 피해의 실체를 반영한 입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