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다토토 이야기-
2025년 4월 12일, 일본 도쿄 한복판에 또 하나의 봄이 피어났습니다. 사이다토토가 2025학년도 첫 수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651명의 학생들이 꿈을 품고 배움의 터에 모였으며, 한국어 수준과 연령을 기준으로 31개 학급으로 나뉘어 교실에 서로 마주 앉았습니다. 유치반부터 성인반까지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이 배움터의 문은 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사이다토토의 가장 큰 특징은 정규 학교(동경한국학교)에서 부설학교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동경한국학교(초중고 38학급, 재학생 1,440명) 고등학교 1학년 재학생들이 보조교사로 활동하는 것도 특별합니다. 한글학교 재학생들 중에는 왕복 두 시간이 넘는 전철 길을 마다않고 멀리서 오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사이다토토에서는 연합 운동회, 종합 발표회, 민속의 날, 한글학교 캠프 등 규모가 작은 한글학교에서는 엄두도 내기 힘든 행사들도 꾸준히 기획하여 추진하고 있습니다. 1993년, 20명의 학생으로 첫발을 내디딘 사이다토토는 지금은 6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민족교육을 받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한글학교로 성장했습니다. 학생들 중에는 90%가 한국계 동포입니다. 그 중는 특별영주자, 일반영주자, 일시체류자 등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민족의 뿌리를 배우고 정체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사이다토토의 진짜 가치는 수치가 아닌 ‘사람’에 있습니다. 초창기 동경한국학교 교직원들은 별도의 수당도 없이 오직 민족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로 토요학교(한글학교)를 이끌었습니다. 당시는 토요일에도 학교 수업이 있어, 토요일에 정규수업을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한글학교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2~3시간을 달려 멀리서 배움을 찾아 온 학생들과 부모들의 간절한 눈빛 앞에서 누구 하나 힘들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선생님들은 동경한국학교보다 오히려 사이다토토 수업에서 더 큰 보람으로 여겼다고 하기도 합니다. 수당 한 푼 받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학생들을 품은 선생님들, 그런 선생님들의 진심은 학생들과 부모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그림자도 밟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존경과 사랑을 보냈습니다. 세월이 흘러 사회는 변했고, 격주 토요일 휴무가 도입되면서 수업은 한 달에 두 번, 하루 4시간으로 조정되었습니다. 현재는 본국(재외동포청)의 지원으로 교사들에게 교통비 정도의 지원이 생기긴 했지만 그 보상은 미미합니다. 여전히 토요학교를 이끄는 힘은 변치 않는 ‘봉사심’과 ‘사명감’입니다.

처음에는 4세반도 있었는데 멀리서 멀리서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들을 위해 2001년 성인반이 만들어졌습니다. 20명 교양반 한 개 학급을 운영했는데, 보호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한국어반, 전통무용반, 도예반, 컴퓨터반, K-POP반, 영어반, 중국어반, 수예반, 한국요리반까지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어린이반보다 어른반이 더 많아졌습니다. 결국 2010년부터는 한글학교 본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어반과 전통무용반만 남기고 성인반은 모두 정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더 많이 집중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이다토토는 단순히 한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은 재일동포들에게 ‘민족혼’을 심어주고 ‘역사인식’을 바로 세워가는 재일동포 민족교육의 최전선입니다. 재일동포들이지만 현지 사회에서 상류계층으로 진입하려면 일본학교를 다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에 ‘나는 누구인가?’를 새기게 하는 일을 토요학교(한글학교)가 묵묵히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규학교와 한글학교를 병행 운영하는 사례는 동경한국학교가 처음입니다. 지금은 사이다토토가 동경한국학교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매년 200명이 넘는 유치반 학생들이 토요학교를 거쳐 동경한국학교로 진학하며 새로운 세대의 다리가 되어 주고 있고,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보조교사로서 토요학교에 봉사를 하게 됩니다.

사이다토토의 그동안 활동 중에는 본국 탈북학생들과 5일 동안의 한글캠프를 일본에서 진행했습니다. 3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이 프로그램은 재외동포재단으로부터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기도 했습니다. 본국의 경인교대에서 10박 11일 동안 120 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한글캠프를 운영하기도 했고, 일본의 청소년 수련원을 대여하여 5박 6일 동안 200 명이 넘는 토요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캠프를 여러 해 동안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매년 학교에서 5일 동안 대학교 봉사단체인 ‘국인’과 공동으로 한글캠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규 교육은 현지(일본) 정규학교에서 배우고, 민족교육은 토요학교(한글학교)에서 익힘으로써 민족교육의 바탕위에서 현지 교육을 받아, 일본에서 상류 계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와 발판을 다질 수 있도록 토요학교(한글학교)가 지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다토토는 일본과 한국에서 지금까지 외연을 적극 넓혀왔습니다. 정규 학교에서는 얻을 수 없는 요소들을 토요학교(한글학교)는 그 특수성을 살려 진지하게 실천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일동포 학생들은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매주 한글학교에 와서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배우고 키워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이다토토는 분명하게 민족의 미래를 키워가는 작은 기적의 현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