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사이트 케이 벳] 라디오가 들려준 외국어 학습의 힘

shallow focus photo of an old radio

도쿄와 수도권을 내리치던 천둥·번개가 잠시 더위를 식히던 저녁, 집에 돌아오니 먼 곳에 두었던 라디오가 눈에 띄었다. 채널을 맞추자마자 또렷한 DJ 목소리와 함께 1990년대 후반 일본 라디오를 무한으로 듣던 시절이 선명히 떠올랐다. 유튜브도 팟캐스트도 없던 그때, 라디오는 현지 일본어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이었다.

당시 나는 일본에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오며, 돌아갈 때마다 수십 개의 공테이프에 라디오 방송을 녹음해 갔다. 노래가 테이프 용량을 금세 채워 버리기에 음악 구간은 과감히 잘라내고, DJ 토크나 인터뷰처럼 발음이 또렷한 콘텐츠만 남겼다. 버스로 한 시간 걸리는 통학길에 같은 내용을 왕복 모두 들었고, 일주일에 한 테이프씩 교체하며 암송에 가깝게 반복 재생했다.

라디오 학습의 장점은 분명했다. 방송용 표준 발음 덕분에 리스닝 감각이 빠르게 잡혔고, 이미 한 번 들은 내용을 다시 들을 때마다 새로운 어휘·표현이 귀에 박혔다. 결과적으로 일본어 청해는 ‘거의 만점’ 수준으로 올랐으며, 같은 방식으로 영어 실력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오늘날엔 무한히 쏟아지는 콘텐츠가 오히려 학습 집중도를 흐린다. 흥미로운 영상·쇼츠를 끝없이 넘기다 보면 정작 한 소스를 깊이 파고드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럴 때일수록 발음이 정확하고, 대화가 자연스러운 팟캐스트나 라디오 아카이브를 골라 재생속도를 약간씩 조절하며 반복 청취해 보길 권한다.

외국어 습득의 핵심은 충분한 노출과 ‘재미’, 그리고 결국 끝까지 밀어붙일 ‘동기’다. 눈앞의 학습법이 지루해 보여도, 같은 자료를 귀가 익숙해질 때까지 듣고 또 듣는 ‘끈기’가 실력을 결정짓는다. 한여름 번개처럼 번뜩이는 짧은 자극만으로는 언어가 몸에 스며들지 않는다. 듣고, 따라 말하고, 다시 듣는 그 긴 호흡 속에서 비로소 실력은 완성된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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