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NGO Forum이 마련한 신각수 전 주일대사 특별강연은 20여 년간 필자의 가슴속에 남아 있던 의문과 감정을 일시에 정돈해 주었다. 마치 복잡한 퍼즐이 한순간에 맞춰지는 경험이었다.
강연 전반부에서 그는 한 일 상호인식의 왜곡을 짚었다. 역사화해 부재로 생긴 신뢰 부족, 반일·혐한 정서의 확대, SNS가 촉발한 오해의 재생산이 반복되면서 객관적 연구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서로를 ‘정치인’의 언행으로 환원해 버리는 프레임도 문제였다.
이어 전반부의 사례 분석은 배상과 청구권, ‘불법점령’과 ‘식민지’처럼 용어 자체가 갈등을 고착화해 왔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통계상 이미 해결된 사안이 더 많다는 사실은, 감정이 만든 안개를 걷어 내면 현실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했다.
강연 중반부는 오늘의 한 일 관계를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규정했다. 과거사·영토·지정학·국민감정이라는 네 단층이 동시에 움직이며, 관계 악화의 비용이 양국 모두에게 누적되고 있다는 손익 계산이 제시됐다.
중반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열한 가지 상호 오해였다. 일본 국력에 대한 낮은 평가, 일본 정치인과 사회의 혼동, 양국의 대미 의존, 과거사 ‘골대 이동’, 한국의 중국 경사론 등이 체계적으로 해부되면서, ‘누가 더 손해를 보는가’라는 차가운 질문이 던져졌다.
강연 후반부는 협력의 필연성을 강조했다. 한 일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자연적 지역 전략 파트너’이며, 북핵 폐기·한반도 통일·인도태평양 질서 유지에서 이해가 일치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북한 재건 시 일본 자본·기술·국제금융 네트워크가 결정적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후반부의 절정은 단계적·균형적·협력적·객관적·민관합동·네트워크 강화·실용적 접근이라는 7단계 청사진이다. “60년이 지나도 미성숙 단계”라는 경고와, 보한재 신숙주의 유언이 겹쳐지며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설계도가 완성됐다.
강연장 스크린을 채운 데이터와 이상화‑고다이라 나오의 우정 사진은 ‘정치가 아닌 시민의 연대’가 미래의 안전판임을 보여 줬다. 필자는 이번 강연회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양국을 잇는 호날두 토토사이트니스트로서 나는 ‘감정의 연기’를 걷어 내고 ‘논리의 구조물’을 쌓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NKNGO Forum은 앞으로도 한일 양국 시민이 상호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도록 돕고,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에도 공헌하는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