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라면 흔히 가족 나들이와 놀이공원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점차 사람들이 북적이는 상업시설을 찾거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도시락을 사서 해결하는 등 ‘편리함’을 향해 달려온 지 오래다. 일본의 황금연휴(골든위크) 중 맞이하는 어린이날 역시 다르지 않다. 어디를 가든 긴 줄과 인파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편리함을 위해 선택한 외식과 일회용품 사용도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 어린이날, 직접 김밥을 싸서 공원으로 향하는 ‘옛 방식’의 소풍을 시도해 봤다. 도시락을 쌀 때부터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결심이 있었다. 김밥은 호일에 말아 간단히 먹고, 종이타월 대신 집에서 가져온 손수건으로 닦았으며, 주먹밥이나 편의점 샌드위치처럼 쉽게 버려지는 포장재는 아예 만들지 않았다. 심지어 수저나 젓가락도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계획을 세웠다. 마실 것 역시 집에 있던 음료를 아이스팩과 함께 챙겨왔다. 결과적으로 도시락 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식사 후에 남은 흔적이랄 게 없었다.
그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도시락 용기와 플라스틱 포장재, 물티슈 등 일회용 쓰레기를 아낌없이 사용해 왔다. 편리함을 얻은 대가는 결국 환경과 우리의 건강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직접 도시락을 싸는 이 고전적인 방식은 의외로 번거롭지 않았고, 간단히 준비한 덕에 비용도 크게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공원에서 한가롭게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자연을 만끽하며 김밥 한 줄을 나누어 먹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롭고 즐거웠다.
인구가 80억을 넘어선 시대, 거대한 규모의 소비가 전 세계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방식을 돌아보는 일은 결코 ‘구닥다리 취향’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재료를 다듬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 이 ‘단순하지만 기본적인’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환경을 지키고, 건강을 챙기고, 마음의 여유까지 얻는 길일 수 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가공식품과 편리한 일회용품에 길들여져 있는 지금, 어린이날 소풍 하나가 주는 깨달음은 결코 작지 않다.
다음 어린이날은 한 박자 느리게,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준비한 도시락과 돗자리 한 장을 들고 밖으로 나가보는 것이 어떨까. ‘옛날 방식’이라 부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들을 되찾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마 예상치 못했던 자유와 즐거움, 그리고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책임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편리함을 조금 줄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그 여운은 어린이날 하루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미래까지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