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도쿄 서쪽 키치조지에 위치한 이노카시라 공원을 찾았다. 도쿄에서 가장 살고 싶은 지역으로 몇 년째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이곳은 아름다운 연못과 두 개로 나뉜 동물원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새들을 중심으로 전시하는 동물원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어 많은 이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그 평화로움 속에서 예상치 못한 광경과 마주했다. 오리나 백조 같은 새들을 위한 먹이통이 놓인 공간에 비둘기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먹이를 훔쳐먹고 있었다. 관리되지 않은 비둘기들이 전시된 새들을 위한 먹이를 무단으로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까마귀가 갑자기 그 작은 공간 안으로 날아들었다.
까마귀의 목표는 먹이 그 자체가 아니었다. 먹이를 먹던 비둘기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고, 순식간에 비둘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뜯어먹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이라 비둘기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던 나는 물론, 곁에서 지켜보던 아이들마저 깜짝 놀라 숨죽였다. 평화로운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펼쳐진 공포 영화 같은 현실이었다.
공원을 떠날 때 다시 그 자리를 지나쳤다. 까마귀 다섯 마리가 모여 비둘기의 남은 사체를 처리하고 있었다. 순간 깨달음이 왔다. 자연의 섭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이나 배려 같은 개념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었다. 비둘기가 다른 새들의 먹이를 훔쳐먹었듯, 까마귀 또한 비둘기를 주저 없이 잡아먹었다. 자연의 질서는 그저 냉정하고 엄격했으며, 한순간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이날의 충격적인 경험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동물원을 즐기던 마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자연의 본질, 야생의 엄격한 질서에 대해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윤리적 관념으로는 잔혹해 보일지 몰라도, 그것은 생존을 위한 자연의 필연적인 모습이었다. 때로는 자연이 보여주는 이런 엄숙한 진실이 우리에게 더 많은 교훈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