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의 내용상 특정인이 특정될 수도 있는 그런 내용들이 있다. 누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본다.
몇 해 전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학교의 구성원이라면 교직원이든 재학생이든 혹은 그분을 아는 토토사이트 샌즈이든 그 선생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00과목 교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워낙 바쁜 분이시라 따듯한 티타임 한번 가지자고 하기에 민망할 만큼 바쁘신 분이다. 다행히 시험 기간 중의 교과협의회라는 공적 시간을 활용하여 협의회를 마치고 잠시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 교사들은 재학생들을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상담하고 지도해야 하지만, 학생들이 졸업하는 순간 그 아이들의 이름도 얼굴도 잊어라. 그렇지 않으면 교사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라고 무심코 던진 나의 이 말에 H 선생님은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한참을 그렇게 속풀이 하시고 나서 H 선생님은 <어쩌면 선생님은 저의 심중 마음을 그렇게 콕 짚어서 말씀하세요?> 하시며 그동안 자신이 마음고생과 관련된 사연을 털어놓으셨다. 전국 최고의 교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성을 다해 지도한 제자들이 졸업과 동시에 먼나라 이웃나라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분에게 무소식은 희소식이 아니었던 게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는 토토사이트 샌즈과 제자로 양분된다. 토토사이트 샌즈과 제자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의도 없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대면이 없어도 소중한 제자가 있는가 하면, 본의 아니게 자주 마주쳐 친숙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내 마음속) 토토사이트 샌즈인 경우도 있다. 굳이 토토사이트 샌즈과 제자로 양분하는 이유는 H 선생님의 경우처럼, 졸업 후 연락이 없어도 서운하지 않을 장치로써 이름도 얼굴도 잊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교사는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는다.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며 그저 할 일을, 본분을, 책무를 다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토토사이트 샌즈이 있으면 그 학생이 (정상이 아닌?) something special인 학생이다. Something special이 흔하면 그건 something special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꼭 스승이길 기대할 필요도 없다.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고 하여 학생들의 마음이 다 움직이는 건 아니다. 학생들의 마음은 생물과 같다. 학생들이 교사의 마음을 받아주면 다행이자 고마운 일이지만, 받아주지 못하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만족이다. 어떤 학생에게는 내가 스승일 수도 있고, 또 어떤 학생들에게는 그냥 영어 교사였을 뿐일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토토사이트 샌즈을 넘어 제자가 된 사례들은 이렇다. 첫 번째로 내가 기대하고 소망하는 학생은 성적 좋은 학생이 아니라, 성격 혹은 성품이 좋은 아이들이다. 성적은 부침이 있어서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지만, 성격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이 나쁠지라도 성격 좋은 아이들은 교사와 레포만 형성되면 성적이 폭발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자주 보았다. 학생을 가르쳐 보람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제자상이다. 두 번째로 여기는 제자의 성향은 부모님 바라기다. 아주 가끔이지만, 저 학생은 부모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저리도 잘 키웠을까 하고 롤모델 삼고픈 충동을 주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제자를 통해서도 배울 게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자 잘 만난 보람을 선사하는 학생들이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의 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사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학생도 여기에 포함이 될 수도 있는 케이스다. 학교와 선생님을 믿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 중에는 성적이 좋거나 향상되어 학교와 선생님에게 보람을 주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성적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취급하여 엉망이지만, 교우 관계가 좋은 것은 물론, 학급에서 맡은 역할이나 봉사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어떤 활동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인정해 주나요?>라고 질문을 절대로 하지 않는 학생들이다. 교직 생활에 활력과 기쁨을 주는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학교와 선생님만 믿고 따라주길 바란다면 교사들도 학교를 대입 종속기관으로 여기고 아이들에게 오직 대입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면 그 활동이 잘 기록되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풍토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야 학생들 가슴 속에 교사가 아닌 선생님 혹은 스승이 자리할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며, 마찬가지로 교사에게도 단순한 토토사이트 샌즈이 아닌 제자를 길러내는 보람과 기쁨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