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 학기의 풍경은 언제나 기대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어, 교수와 학생 모두 새로운 배움의 장에 대한 설렘과 준비로 분주하다. 나는 매 학기 첫 강의에서 꼭 학생들에게 “왜 이 과목을 배워야 하는가”, “이 수업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한다. 약 1시간 남짓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대학 생활이 단순히 학점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일본 대학 수업은 대체로 한 교시가 1시간 30분에서 1시간 40분 정도이고, 한 학기에 14~15주간 진행된다. 많은 교수들이 중간·기말 시험을 치르기도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단순 암기로만 확인하기보다는, 학기 말에 그동안 공부한 내용과 추가 조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비록 채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더욱 폭넓은 탐구와 사고를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시험 직전 벼락치기로 외우는 ‘암기 대회’가 아니라,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식을 체계화하고 나름의 관점을 확립해보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의 수업 주제는 ‘AI와 함께하는 지리학’이다. 지리학적 지식을 체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프레젠테이션 등 학습 효율을 높이고, 더 나아가 사회로 나갔을 때 효과적으로 AI를 다룰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내 목표다. 특히 교육자가 될 학생들에게는 교단에서 AI의 활용 방향을 제시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까지 요구되는 시대다. 무조건 “금지”만을 외칠 수는 없다. 사회의 흐름을 인지하고, AI를 적절히 통제·활용할 수 있어야 올바른 교육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수업에서 느끼는 학생들의 반응은 언제 봐도 새롭고 짜릿하다. 강의실에 들어가 나의 생각을 전하고, 수업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면, 학생들의 표정과 눈빛에서 바로 반응이 온다. 수업에 호기심을 보이며 빵긋 웃는 학생들의 얼굴은 교수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다. 그 웃음에 담긴 긍정적인 에너지는 강의실 분위기를 금세 밝게 바꾸고, 나 역시 더욱 열정적으로 수업을 이어가게 만든다.
내가 느끼는 또 다른 보람은 학생들의 변화다. 수업을 통해 생각이 열리고, 가치관이나 행동 방식이 발전되는 과정을 바라보면 가르치는 입장에서 그보다 더 큰 기쁨은 없다. 학생들이 학문적 성취에만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사회로 확장해나가며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뿌듯하다.
이제 대학 교육은 더 이상 암기 위주의 지식을 쌓는 데 머무를 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고, 학생들이 미래에 살아갈 사회에서는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절실하다. AI 기술의 도움으로 우리 교육 현장은 크게 확장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과정을 학생들에게 충분히 안내하고 경험하게 하면서, 학습자가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 교육의 방향일 것이다.
교실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밝은 웃음과 가능성은 내가 교수로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배움을 실천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이번 학기 ‘AI와 함께하는 지리학’을 통해, 학생들이 지리학 지식과 기술 활용 능력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길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그 즐거움을 학교와 사회 안에서 적극 실천해나가는 멋진 사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교단에 서는 이유이자, 교수로서 가장 큰 행복이기 때문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