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28> 마처칼리토토 어버이날 단상

고등학교 시절에 어머니는 나에게 ‘나는 니하고 살끼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나는 총각 때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유학을 가면서 어머니가 따로 사시게 되었고, 천국 가시는 그날까지 누이와 함께 지근거리에서 봉양하였다. 유교 문화권에서 자란 60년대까지의 삶은 그렇게 부모님 모시는 걸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이렇게 부모님을 모시는 세대에게는 ‘마처세대’라는 꼬리표가 있다. 자신은 부모님을 끝까지 모시고 사는데 정작 자식들한테는 기댈 수 없는 딱 그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로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칼리토토 <마>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는 뜻의 <처>가 결합한 약칭(정확하게는 어두음(語頭音), acronym)이다. 주로 1960년대생이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가리키는 말로 <낀 세대>로 일컬어지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신조어다. 위아래로 다 챙기느라 정작 본인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에 퇴직을 하고도 일해야 하는 왠지 불공정하거나 억울함을 살짝 내포한 표현이다.

‘문전박대당하여 실성했던 사람이 대박 사업에 성공한 것은 성실했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에서 박대-대박, 실성-성실은 단어의 어순이 바뀌면서 의미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처>의 어순을 바꾸면 <처마>가 된다. 어릴 적 시골의 초가집 또는 기와집의 처마는 마루에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막아주고 햇빛을 가려주어 마루의 신선함이 유지되는 비결이었다. 단어만이 아니라, 사람도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 칼리토토인 우리들은 어릴 적 긴 겨울방학에 입시와는 관계없는 10권이 넘는 전질로 된 삼국지도 읽었다. 그리고 그러한 독서는 평생에 걸쳐서 교양이요. 상식이 되고 대화의 소재가 된다. 요즘 학생들은 학원 수업하랴 수행평가하랴 그런 장서를 감히 도전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때는 학원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학원 대신 논두렁 밭두렁 오가면서 부모님을 도와야 했고, 자연을 친구삼았다. 영어 알파벳(정확하게는 로마자 알파벳이라고 해야 한다.)을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배우고 익혔어도 영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 많다. 부모 탓 세상 탓하지 않고, 노력만 하면 되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이었다.

<처>음칼리토토는 부모님에게 봉양하듯 자녀에게 부양받길 기대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억울하기도 하고 짠한 동정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억울할 일 없다. 지금의 자녀들은 노력해도 집 마련이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이 되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칼리토토다. 그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자녀의 노후를 도와주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기술이 발전하되 그 속도가 사람들의 정서를 능가하여 발전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기에 낙오하지 않고 따라만 가도 고마운 자녀라고 생각해야 한다. 마처칼리토토가 자녀에게 기대지 않아야 할 당연한 이유다.

매년 유엔에서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는데, 핀란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가 행복지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에는 52위, 2025년에는 58위다. 경제력만 보면 북유럽 국가들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잘 사는 나라다. 행복지수가 경제 지표와 비례하지 않은 건 어떤 이유일까? 정부에 대한 신뢰와 낮은 부패 수준, 든든한 사회적 지지망, 경제적인 안정, 워라벨 보장, 무상 또는 저렴한 교육 및 의료비 등이 행복지수의 요인들이다. 요인들 자체가 행복이란 무엇일까를 느끼게 해주는 말들이다. 오직 경쟁만이 난무하고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식의 작금의 우리 풍토와는 거리가 멀다. 경제 개발 시기에는 잘 먹고 잘살자는 말이 캐치프레이즈였다면,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더불어 잘살자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행복해야 그 모습 닮아 자녀들도 행복해진다.

마처칼리토토여! 마처칼리토토라는 말을 억울함의 상징이 아니라, 더불어 잘 먹고 잘살며 나눔과 배려가 있는 세상을 향한 징검다리라고 생각하자.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불평이나 불만보다는 감사를, 요구보다는 먼저 베풀 때 행복이 보다 가까이에서 행복 미소를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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