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진학상담 1 – 학습 상담 –
진로진학상담 교사로서 학부모님들께 질문받는 내용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것이 ‘우리 아이가 산만해서 집중력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다. 집중력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이나 주의를 오로지 어느 한 사물에 쏟는 힘’이다. 사전적 정의를 학습에 대응하면 공부 외의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오직 공부만 하면 된다고 답을 해야 하는데 그게 사전처럼, 혹은 말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왜 그럴까? 학습 상담을 하면서 대부분의 학생에게 발견하는 공통점은 한국어 어휘의 사용에 있어서 단어 또는 용어의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수업 말미에 학생들에게 <배우고 느낀 점을 발표하세요.>라고 기회를 주면 많은 학생들이 배운 내용 대신 이상한 내용을 발표하곤 했다. 이유인즉 유치원생도 다 아는 단어 <배우다>의 정의를 모르고 있었다. 기초와 기본 개념의 확립과 과정이 생략된 채 정답만을 찾아내는 결과 중심의 수업 혹은 평가 방식이 문제일 것이다. 대입이 지상 과제인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명문대 또는 의대 몇 명 합격> 이런 식으로 보여주기식 결과만이 인정받고 평가받는 세태의 반영이리라.
나는 재직 중에 학생들은 물론 동료 후배 교사들에게도 늘 강조했다. 우리는 대입 종속 기관이 아니다. 사설 대입 기관 혹은 학원들은 그들의 목표가 좋은 대입 실적이다. 그러나 공교육 기관인 학교는 대입을 목표로 수업하거나 학교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교육을 제대로 하면 대학도 교육 잘 받은 학생을 선발하더라! 이래야 한다. 공교육의 탈을 쓴 입시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본인이 진학부장 시절에는 이러한 교육 철학으로 진학 시스템을 운영했고, 당연히 결과 또한 최상이었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집중력 부재는 무엇이 문제이고 집중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로 인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나 목표를 이야기하라고 하기엔 너무나 먼 미래의 비현실적 목표를 정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목표 의식이 없는 학생에게 집중력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기초 부족으로 인한 성취감이 없다 보니 당연히 목표의식 또한 결여되어 있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집을 짓는다는 속담처럼 학생들에게 기초 및 기본 개념을 제대로 잡아주어 시작부터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 성취감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의 목표 달성과 함께 또다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그 보람이 쌓이면 시나브로 학생 스스로 집중력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본인의 청출어람 1호 학생의 경우가 이를 웅변적으로 증명한다. 이 학생은 인격과 성품은 전교에서 최고인 학생인 데 반하여, 의외로 문법 기초가 취약했다. 사실은 이 학생뿐만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기본을 무시한 선행학습으로 사상누각이 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마침 교직 첫해라 의욕을 가지고 재능기부형 방과후 수업(그때는 보충수업이라고 했다.)으로 문법 기초 특강을 실시했다. 문법을 위한 문법, 대입을 위한 문법이 아니라, 영어의 본질적 기능인 4 기능(four skills : reading, writing, listening, speaking)에 활용되는 영어, 그리고 대입을 넘어 대학 입학 이후에도 활용할 영어를 위한 문법 공부를 하자고 역설했다. 그리고 수능 최빈출 어법이 중 1, 2 수준의 문법으로도 충분히 해결되는 사례를 중심으로 문법의 기초를 제대로 다루어 보았다.
이때 방과후 수업에는 전교 1등부터 반대쪽 아이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방과후 수업을 듣고 청출어람이 된 주인공들은 교사로서 최고의 보람이자 행복의 근간이 되었다. 이때의 보람으로 인해 정년퇴직하는 순간까지도 본인의 변함 없는 교육 철학이 ‘기본에 충실하자.’가 되었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집을 짓는다.’라는 속담은 적어도 교사인 나에게 진리다.
기초가 충실하면 다음 단계의 문제 해결 능력이 생기고, 그 문제 해결 능력은 곧 성취감이 된다. 작은 성취감이 쌓이면 그 다음 성취감을 기대하며 노력하게 되고 그 성취감들은 시나브로 집중력 결여는 남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자녀의 집중력 부족으로 고민하는 학부모님이시라면 자녀의 성취감에서 답을 찾기 바라는 마음이다.
